엔지니어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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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하드 드라이브 하나를 페덱스 택배로 받았습니다.
'깨지기 쉬움(Fragile)' 빨간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여놓은 두꺼운 종이 박스안에...
007 스타일의 플라스틱 가방...
그 가방을 여는 윗쪽의 두 손잡이는 케이블타이로 꼭 조여서 묶어놓았더군요.
힘들게 꽉 조여진 케이블 타이를 가위로 짤라서 열어보니
물론 그안에는 우리가 흔하게 볼수있는 외장 하드하나, 전원 케이블 하나, FW 케이블 하나 뿐.
그 하드 안에 있는 내용은 벌써 약 2년 가까이 작업해 오던
한국에도 잘 알려진 어느 미국 아티스트의 새 앨범이었습니다.
처음 그 프로젝트의 멀티 트랙을 열어서 플레이하는 순간 드는 생각은...
"참 녹음한번 깔끔하게 잘 했다"
당연하겠지요. 그래미 상도 여러번 받은 사람이 프로듀서이자 엔지니어이니까요.
그러나... 그 앨범에 스트링 녹음을 계속 하는 동안에 내심 드는 생각은...
"이건 아닌데... 뭔가 아니다... 아쉽다..."
라는 생각 뿐이였답니다.... 이런 생각들은 이번 앨범의 후보곡으로 녹음된
18곡의 러프 믹스를 차에서 들으며 더 더욱 짓어져 갔습니다.
왜냐구요?
"이 음악이 이 아티스트에게 정말 잘 맞는 색깔의 음악일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마 또 다른 이유는... 어떤 여러가지 이유에 의해서 중간에 프로듀서가 갑자기 바뀌면서
제가 익숙한 이전 앨범의 프로듀서가 지난 2년 가까이 작업해 오던
동일한 곡들의 데모(? - 원래는 새앨범에 들어갈 트랙들) 녹음 작업한 것들에 대한 기억들과
비교들 때문일것입니다.
이전 프로듀서는 음악에 있어서는 독특한 가치관이 있기는 하지만...
엔지니어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기초 이론'이 때로는 많이 무시되서 어찌보면
가다듬지 않은 듯한 소리의 드럼, 피아노, 보컬등의 녹음을 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래서 나름 음악적으로는 '쿨~'하다. 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엔지니어 적인 면에서는
항상 좀 '아쉽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데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는 정말 훌륭한 엔지니어적인 테크닉으로
잘 녹음된 트랙임에도 불구하고 그 전 프로듀서의 러프 믹스가 많이 그리워 지더군요.
물론 새 프로듀서가 트랙 자체를 모두 새로 녹음을 했으니 단순한 러프 믹스의 차이는 아니겠지요.
이 프로젝트를 요즘 차에서 듣고 다니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해보게 됩니다.
1. 프로듀서의 중요성
프로듀서가 아티스트의 색깔을 얼마나 그 아티스트 답게 잘 표현해 주느냐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프로듀서를 하는 입장에서 제 자신을 한번 돌아보고 반성해보는 시간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2. 음악 vs 엔지니어링
현대처럼 디지탈 문명사회 속에서 음악과 엔지니어링을 따로 떼거나 구분해서 생각한다는 것이
우스운 얘기일 수도 있고... 아무리 자유게시판이라고는 하지만 엔지니어 포럼에서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참 웃긴 이야기일 테지만....
동일한 아티스트, 동일한 곡을 놓고....
진짜 한 악기 한악기 마다 또렷하고 기가 막히게 녹음이 잘된 버전의 트랙을 들을래...
아니면 녹음은 좀 후지고 거칠게 되었어도 그 아티스트의 느낌이 잘 표현되어진 버전의 트랙을 들을래...
하면... 저는 당연히 후자를 택할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빨간 '깨지기 쉬움'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은 종이박스 안에
꽁꽁 묶인 007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들은 플라스틱 외장 하드 드라이브는...
그 안에 들은 내용(데이타 = 음악)을 보호하고 지켜주기 위한 도구(tool~)이다 라는 생각처럼요...
엔지니어... 진짜 중요하지요. 하지만.. '왜 엔지니어를 이렇게 하느냐?'를 생각하면서
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서 주저리 주저리 적어 보았습니다.
오밤 중에 지나가는 생각 짧은 이의 헛소리라고 생각하시고.. .
"허~ 허~" 하며 넓은 마음으로 읽어 주세요. ^^;
좋은 하루 되시구요.
내쉬빌에서,
신배호 드림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11-11-22 12:07:23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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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잡이님의 댓글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음악적인 표현이 상당히 중요함에도 엔지니어링에서는 종종 간과되는 경향이 있지요.
얼마전에 엔지니어로 활동한지 얼마 안되는 연주자 경력이 있던 친구가 연주자들 앞에서 약간 자랑스럽게 그러더군요.
"전 엔지니어를 하고 나서는 음악을 멜로디로 안듣고 사운드로만 들으려고 노력을해요. 그게 연주자랑 다르고 힘든것 같아요."
전 속으로 " 오마이갓, 뭔소리야" 소리가 나오더군요.
저의 짧은 소견으로도 그래도 절묘한 사운드를 내는 거장들을 보면 결국은 음향이 아닌 '음악'에서 귀결되는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엔지니어로 활동한지 얼마 안되는 연주자 경력이 있던 친구가 연주자들 앞에서 약간 자랑스럽게 그러더군요.
"전 엔지니어를 하고 나서는 음악을 멜로디로 안듣고 사운드로만 들으려고 노력을해요. 그게 연주자랑 다르고 힘든것 같아요."
전 속으로 " 오마이갓, 뭔소리야" 소리가 나오더군요.
저의 짧은 소견으로도 그래도 절묘한 사운드를 내는 거장들을 보면 결국은 음향이 아닌 '음악'에서 귀결되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