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6 리턴즈! WA76 컴프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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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리뷰때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줄구장창 서론이 길었었는데, 이번에는 하고싶은 이야기가 급해서 결론부터 말하고 시작합니다.
1176이 돌아 왔습니다 ! 바로 제가 찾던 컴프레서입니다 !
오랜 기다림 끝에 웜오디오에서 정말 따끈한 신상품을 올 봄에 내놨다. 미국에서는 내놓자마자 불티가 나서 없어서 못 팔 정도라 하니 가히 그 인기를 알만 하겠다.
그래? 1176이 뭐하는 놈인데, 그렇게 난리래? 세상엔 이미 좋은 컴프레서가 많아. 가요계를 평정한 CL1B와 아발론보다 더 좋아? 아니면 전설의 니브보다 더 좋아?
여기에 대답을 하기전에 해야 될 이야기가 있다.
컴프레서란 무엇인가.
전부터 가끔 해온 이야기인데, 본인은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해 왔었다. "나쁜 프리와 이큐는 있어도, 나쁜 컴프레서는 없다."
뭐, 본인만의 썰이니까 타인의 동의와는 별로 상관없다.
그러한 이유는, 프리와 이큐는 사운드의 직접적으로 바로 청취되는 퀄리티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악기소리의 디테일한 감성부터 파워에 이르기까지 프리와 이큐는 직접적인 느낌을 조작한다. 억지스럽게 표현을 하자면 시간과 공간중에서 공간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프리와 이큐이다.
그런데 컴프레서는 시간축을 담당하고, 밸런스를 담당한다. 왜? 컴프레서는 볼륨을 조절하는 장비이니까 !
그런데 그냥 교재에서처럼 사운드의 그림을 그려놓고 뚝뚝 잘라서 이해하는 방식으로는 컴프레서의 진면목을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컴프레서의 파라메터를 똑같이 놓고 작동시키더라도 죄다 다른 사운드를 내어주는게 컴프레서들이다.
전부 1차적인 목적은 같게 설계된 컴프레서들이지만 작동방식과 설계의 기본 구조에 따라 컴프레서는 제각기 다른 사운드를 만들어주고, 그러한 사운드가 어떠한 차이가 있고 어떤 장비를 어떤 소스에 써야하는지 잘 파악하고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사운드 엔지니어와 레코딩 프로듀서의 소임이라 할 수 있겠다.
1176의 탄생과 역사
1176은 1966년도 (엄청난 격변의 시대였죠, 본인은 태어나기도 전이니 정말 까마득하네요.) 에 빌 푸트넘이 이전에 나왔던 175/176 진공관 컴프레서를 당시로서는 첨단 신기술인 FET를 쓴 솔리드 스테이트 기술로 새롭게 재설계를 하면서 나오게 되었다. 그래서 이전의 넘버를 따서 1176 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1176은 몇가지 특징이 있었는데 다음과 같은 것이다.
1.피드백 스타일의 컴프레서이다.
피드백 스타일이란 쉽게 말해 레벨을 조정하는 VCA종류의 장치에 신호를 주기위해 오디오 신호 자체가 들어갔다가 나와서 VCA에 의해 오디오 신호가 다시 조정을 받는 타입이란 것이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문제는 컨트롤러를 거친 소리가 원래대로의 소리가 아니란 것이다. 그래서 뒤에 DBX 에 의해 VCA를 거치기 이전에 원래 오디오 시그널을 제어하는 보다 더 정교한 타입의 컴프레서가 개발되었고 - DBX-160 - , 이것을 피드 포워드 Feed Foward 타잎의 컴프레서 한다. 이 피드 포워드는 이후로 급속하게 유행을 타면서 보다 더 현대적인 타잎의 정교한 컴프레서들이 이 방식을 따르게 되었고 보다 더 많은 종류가 개발 되었다.
하지만 오디오의 신비는 그런 단순한 이론적인 이상으로 구현되지는 않는 법!. 보다 더 예측가능하고 정교한 컨트롤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소리가 재탕으로 거치면서 왜곡되는 1176타입의 컴프레서가 주는 미묘한 뉘앙스때문에 계속해서 사람들이 오리지날 1176을 찾게 되었다.
2. 피크 리미터로 설계되어, 무지무지하게 빠른 어택타임을 갖는다.
보통 컴프레서의 어택타임은 밀리 세컨드 단위부터 제공되는 경우가 많은데, 1176은 20 마이크로 세컨부터 시작하는 아주 빠른 어택 타임을 갖는다.
(참고로 디지탈 컴프레서인 Rcomp 가 제일 빠른 시간이 0.5밀리 세컨드임.)
그런데 보통 플러그인 컴프레서들 같은 경우 어택타임이 마이크로세컨으로 빨라지게 되면 소리가 많이 뭉그러져서 멍해지고 둔탁해지거나 아님 괴상하게 뒤틀린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은데, 1176은 사운드의 굴곡과 색채가 살아있어서 빠른 어택타임을 사용코자 하는 소스에는 정말 최고의 컴프레서가 아닐 수 없다.
3. 어택과 릴리즈 타임을 연속적으로 세밀하게 변화할 수 있다.
현재로써는 아주 흔한 기능이지만 당시로써는 새로운 기능이었다고 한다.
4. 4,8,12,20 단위의 레이쇼 외에 all button 모드가 있다.
이것은 설계자가 의도했던 방식은 아니라고 한다. 누군가가 실수나 재미로 모든 레이쇼 버튼을 다 눌러봤고, 소리를 들어봤더니 굉장히 특징적인 소리가 나고 이것이 또 엄청난 유행을 타게 되었다. 이 사운드는 어떨때 쓰는지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다.
이렇게 출시된 1176은 이후 음악 스튜디오를 점령했고, 아직까지도 컴프레서의 고전으로 수도 없이 많은 엔지니어들에게 애용되는 장비가 되었다. 위에 올려놓은 크리스 로드 엘지 같은 프로듀서도 1176 없이는 믹싱을 못할 정도로 애용하는 장비이다. 1176을 사용한 믹싱은 정말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구글을 쳐보시면 압니다.)
팝과 락사운드의 컴프레서에 있어서는 프리앰프에 있어서 니브 1073과 같은 위상에 견줄만한 장비인 것이다.
이후, 1176은 A,B,C,D,E,F,G,H 등까지 버전이 업데이트되면서 발전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버전은 노이즈를 대폭 낮춘 기술을 적용한 C 버전 (뒤에 LN이 붙는다.) 이후의 D 버전이라고 한다. 이후의 버전은 트랜스포머등을 교체하게 되는 등의 변화를 겪는다.
리이슈
그러나 이렇게 훌륭한 장비도 역사속의 유물이 되어가고, 빈티지는 부품의 노후화와 고장에 따라 점차 문제를 일으키자, 76을 따라한 다양한 컴프레서들이 등장하게 되고, U-audio에서는 아예 리이슈를 시키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나온 컴프레서들이 오리지날만 못하다는데 있다. (야, 앞에서는 나쁜 컴프레서는 없다며? )
오리지날만 못하다는 것은 1176이 특징적으로 갖는 사운드의 장점을 만족스러울 만치 제대로 못 살렸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지. 리이슈, 클론된 컴프레서들도 절대 나쁜 컴프레서들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감격스럽게도 웜오디오의 사장님이 열씨임히~~ 연구해서 제대로 된 물건 한번 질러주시게 된게 웜오디오의 WA-76이다. 와..
처음 사용하게 된 날, 본인은 정말 WA76의 탁월한 뉘앙스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에 다른곳에서 복각되거나 모델로한 클론에서 느껴진 불만스러움이 말끔히 해소되고, 믹스시에 요구되었던 표현을 위한 새로운 훌륭한 악기를 하나 얻은 듯한 기분이었다.
WA76의 개관과 기능.
생긴건 뭐..1176 이랑 비슷하다. 리이슈니까 당연하겠지만... 본인은 소닉엣지 스튜디오를 설계할 때는 정말 아키텍처의 디자인에는 엄청난 신경을 썼었지만, 장비같은 경우는 외관은 거의 신경 안쓰고 쓴다. 소리만 좋으면 되니까...
그래서 기능으로 바로 패스.
Wa76은 1176의 리비전중 위에서 언급했던, 가장 많이 사랑받는 D버전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전면에 나온 인풋 노브는 로타리 스위치를 사용한 방식이다. 피드백 타잎이기 때문에 인풋 시그널을 우아하게 다뤄주는 것이 좋기 때문에, 로타리 스위치가 유리한 것이다.
1176은 다들 보다시피 스레숄드가 없다. 따라서 조작을 할 때에는 옆에 GR 버튼을 켜고, 인풋양으로 조절하면서 스레숄드를 정해야 한다. 아웃풋은 로타리 방식이 아니다.
내부의 트랜스포머에는 웜오디오의 프리앰프처럼 역시 트랜스포머로 한가닥한다는 Cinemag 사의 트랜스포머를 채용했다고 한다. 시네마그사는 이번에도 빈티지의 사운드를 살리기 위해 제품에 들어갈 트랜스포머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아웃풋 옆에 어택과 릴리즈 노브가 있다. 76은 좀 엉뚱하게 오른쪽이 값이 적고, 왼편이 크다. 그래서 처음에 사용하는 사람들은 헷갈리기 쉽다. 플러그인들도 1176을 따라한 것은 그런것들이 많다.
하지만 친절하게도 WA 76에는 오른쪽에 Fast, 왼편에 Slow라고 표기가 되어 있어서, 헷갈림 방지가 된다.
어택타임은 앞서 말했듯 20 마이크로 세컨드(0.000002초) 라는 초고속 타임부터 시작해서,시 제일 느리게 해도 800 마이크로 세컨드 (0.0008초)라는 엄청나게 빠른 어택타임을 갖고 있다. 따라서 어택을 느리게 줘야하는 경우에 1176을 쓰고서는 거지같다고 욕해서는 안된다.
릴리즈 타임은 50 밀리세컨드에서 1100 밀리세컨드 (1.1초)까지의 조정폭을 가진다.
그 옆에는 버튼 방식의 레이쇼 버튼이 있다. 4,8,12,20 네가지중에서 선택이 가능하다. 아주 놀라운 점은 20의 아주 하드한 리미터급 레이쇼에도 사운드가 굴곡이 느껴지고 소리가 살아있는 느낌이 난다는 것이다.
오리지날 처럼 올버튼 모드가 가능하다. 손바닥으로 한번에 잘 누르던지, 손가락을 네개를 써서 잘 맞춘후에 탁 눌러야 가능하다.
그리고 옆에 있는 버튼은 GR을 누르면 Vu 미터가 게인 리덕션양을 나타내고, 4와 8은 아웃풋 미터로 기준이 4dbm, 8dbm 기준이다. 전원을 끌 때에는 맨 아래 OFF 버튼을 누르면 된다.
후면을 보면 인풋 패드가 있어서 지나친 하이게인일 경우 -23db 감쇄 패드를 쓸 수 있다. 인풋단은 TRS와 XLR 두가지로 제공이 되어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전원은 24v아답터를 사용.
개별적으로 적용해본 사운드
자, 이제 가장 개별적으로 적용한 사운드를 들어보자.
Vocal.
할 말이 없음. 팝이나 락 보컬에는 최고. 1176은 생긴게 시커멓게 무식하게 생겨서 그렇지 굉장히 섬세하고 유연한 컴프레서이다.
디테일이 훼손되지도 않고, 기분좋은 하모닉스의 느낌까지 아주 좋은 컴프레서라고 평가해주고 싶다.
전부터 1176은 게인리덕션이 작동을 안하게 걸어놓고 단지 통과되서 나오는 사운드의 컬러만을 얻기 위해서만 쓰기도 하는 컴프레서이다. 그만큼 특유의 컬러링이 좋은 색채를 가진다.
Snare
1176은 락에 많이 쓰인다고 해서 이걸 걸면 무지막지한 소리가 되고 그러는 컴프레서가 아니다. 스네어에 라이트하게 걸어주면 영어로 하자면 Crispy 한 느낌..?
요즈음에 재즈 음반을 하나 작업하는데 스네어와 베이스에도 써볼 작정이다.
Kick, Elec Guitar
올버튼 모드를 적용해 봤다. 공격적인 사운드가 필요한 파트에는, 파워풀한 느낌의 존재감이 상당히 괜찮았다. 전에는 디스트레서의 1176 올버튼 에뮬레이션 모드를 애용하기도 했는데, 본기의 느낌은 좀 더 드라이브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사운드이다.
맺음말
앞에서 미리 말했지만, 빈티지 레전드의 장점을 정말 충실하게 재현한 기기라고 보여진다. 이렇게 리이슈가 잘 된 제품은 정말 드물 정도.
1176은 워낙에 유명한 기기라 인터넷에 기사와 포스트가 넘쳐나기때문에 더 이상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런 오리지널 1176의 장점을 체험해보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주저 없이 WA76 을 추천해 드린다.
PS. 그리고 이부분이 궁금하실텐데, 67년도에 76이 처음 나왔을 때, 489달러였다고 합니다. 근데 지금 국내에서 100만원 언더에서 판매 됩니다. 말도 안되는 가격이죠.
웜오디오 사장님 만세입니다. LA2A도 복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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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잡이님의 댓글의 댓글
제가 말씀드린 것은, 어떤것이 더 낫다..하는 우위의 선택은 아니구요. 이런 문제는 취향의 문제이고 자신의 니즈에 따른 선택 같습니다.
전 객관적인 기준의 과학적인 사운드보다는 음악적으로 더욱 유연하고 이모셔널한 느낌을 주는 장비를 더 선호하는데 제가 사용시에는 WA76이 보다 더 뮤지컬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믹스시에도 제가 원하는 대로 잘 동작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미 다른 복각품들을 잘 사용해서 좋은 믹스를 하는 엔지니어들도 많이 있구요. 다만 저의 기준으로는 WA76의 사운드가 더 잘 맞는다는 이야기일 뿐이지요.
전 객관적인 기준의 과학적인 사운드보다는 음악적으로 더욱 유연하고 이모셔널한 느낌을 주는 장비를 더 선호하는데 제가 사용시에는 WA76이 보다 더 뮤지컬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믹스시에도 제가 원하는 대로 잘 동작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미 다른 복각품들을 잘 사용해서 좋은 믹스를 하는 엔지니어들도 많이 있구요. 다만 저의 기준으로는 WA76의 사운드가 더 잘 맞는다는 이야기일 뿐이지요.
EATmusic님의 댓글
전 칼잡이님의 리뷰를 보고 TB12를 샀드랬죠 ㅋ
저렴한 마이크프리와 컴프를 알아보던 차에 리뷰만큼이나 만족스럽게 쓰고 있습니다.
근데 컴프 리뷰를 보니 가격대도 사정권이고,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그래서 칼잡이님께 몇개 여쭤보고 싶은데요,
전 주로 보컬과 기타만 레코딩을 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WA76이 잘 어울릴 수 있을까요?
무자비한 어택타임 덕분에 보컬에 방해가 되진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장르는 인디음악 쪽이라 다양한 보컬들을 상대하는 편입니다.
기타는 보통 어쿠스틱만 소리를 잡고 있구요.
저렴한 마이크프리와 컴프를 알아보던 차에 리뷰만큼이나 만족스럽게 쓰고 있습니다.
근데 컴프 리뷰를 보니 가격대도 사정권이고,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그래서 칼잡이님께 몇개 여쭤보고 싶은데요,
전 주로 보컬과 기타만 레코딩을 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WA76이 잘 어울릴 수 있을까요?
무자비한 어택타임 덕분에 보컬에 방해가 되진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장르는 인디음악 쪽이라 다양한 보컬들을 상대하는 편입니다.
기타는 보통 어쿠스틱만 소리를 잡고 있구요.
진성진님의 댓글
오늘 드디어 물건을 받아서 사용해 보았습니다. 보컬, 어쿠스틱 기타, 드럼, 베이스, 일렉 등등 어떤 소스에서든 괜찮은 느낌이었지만 저는 드럼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나 모노 드럼 룸을 all button으로 한번 눌러 보았더니 아주 그냥 몸이 들썩들썩 ㅋㅋㅋㅋ 단점을 말해보자면 조금은 싼티나는 외관과 calibration이 제대로 되지 않는 VU미터 정도 되겠군요.. 릴리즈 버튼을 돌리면 VU미터 바늘이 같이 움직입니다 -_-;;; 뭐 그래도 가격을 생각해보면 용서해 줄 수 있는 수준입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만족합니다!